독자님 안녕하세요. 임지영 기자입니다.
벌써 1월 한 달이 다 지나고 2월의 초입입니다. 2026년이라는 숫자에 아직 익숙해지지 않았는데 또 금세 끝자리 숫자가 바뀔 것 같아 벌써부터 초조한 마음이 드네요. 새해 계획은 모두 잘 지키고 계신가요? 최근 지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누군가 올해의 계획을 물었습니다. 모두 하나씩 바로바로 답하더라고요. 저는 아니었습니다. 몇 년째 써먹던 ‘장롱면허 탈출’조차 떠오르지 않아서 잠깐 시간을 달라고 해야 할 정도였습니다. 없다고 하면 될 텐데, 어쩐지 말하고 싶었어요.
언젠가 차태현 배우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노력해도 안 되는 게 정확하게 노력”이라고 말하는 걸 듣고 웃었습니다. 제게도 해당되는 말 같아서요. 끈기가 부족한 편인 저는 언젠가부터 새로운 계획을 잘 세우지 않습니다. 금세 흐지부지될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앞장만 채워진 다이어리를 보는 일도 지겨웠습니다. 특히 최근 몇 년은 현상 유지만 해도 어딘가, 자주 생각했습니다. 그 덕분에 실패도 없지만 다짐도 없는, 그야말로 밋밋한 새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왜 신년 목표를 세울까요. 챗GPT에게 도움을 구하니, 그럴듯한 말을 해줍니다. “‘올해의 나는 좀 더 나아질 거야’라고 믿는 것만으로도 지금의 삶이 조금은 견딜 만해지니까”라고요. 제가 계획을 세우지는 않아도 남들의 계획을 엿보는 건 재밌습니다. 얼마 전 초등학생들의 새해 소원 리스트를 우연히 읽었습니다. ‘잘생기고 귀여운 남친 생기기’ ‘닌텐도 2 갔기(갖기의 오자입니다)’ ‘리치걸 되기’ ‘강아지 키우기’ 등등. 본인들에겐 당면한 과제일 텐데, 어른들의 새해 소원과는 어딘가 결이 다른 것 같아 웃음이 났습니다. 욕망하는 대상이 확실한 편이었습니다. 지금의 삶을 견디기 위해서 적는 ‘위시 리스트’는 아닌 것 같았습니다.
저도 얼마 전 드디어(?) 계획을 세웠습니다. 지하 주차장에서 한 아이를 목격한 다음이었습니다. 좀 먼 거리에서 태권도복을 입은 아이가 지나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뒷걸음질치더니 몇 번 뛰다가 전신을 가볍게 휙휙 돌렸습니다. 옆 돌기를 눈앞에서 목격한 건 처음인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처럼 보이는 작은 아이가 풍차 돌듯 두 번 연속 옆 돌기를 해내는 광경이 무척 낯설었어요. 바닥에 매트가 깔린 것도 아니었습니다. 가뿐한 움직임이 자유로워 보였고 좀 멋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자 그걸 들은 아이가 계면쩍게 웃으며 어디론가 뛰어갔습니다.
그 뒤로 저는 옆 돌기 영상을 자주 보고 있습니다. 고수들이 많다는 사실을 금세 깨달았습니다. 할 수 있는 사람들에겐 너무 쉬운 동작 같아 보입니다. 할 수 없는 사람들에겐 기적처럼 느껴집니다. 텀블링에서 시작된 영상이 체조 선수들의 슬로모션 영상으로 이어졌습니다. 알고리즘은 각종 ‘돌기’를 하다 넘어지는 영상으로 저를 이끌었습니다. 물론 아직 몸을 써보지는 않았습니다. 연애를 글로 배우듯 옆 돌기를 영상으로 익히고 있는 셈입니다. 제 머릿속에는 이미 실패와 성공의 시나리오가 다 들어 있습니다. 이제 실행하기만 하면 되지만··· 관절이 다소 유연해지는 봄에 본격적으로 시작해볼까 합니다. 겨울에는 부상의 위험이 있으니까요.
막상 시도하면 시시한 동작일 수도 있습니다(그런 기분을 느껴보고 싶네요). 이 미션을 실패할 확률이 높지만 해내겠다는 생각만으로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챗GPT가 들려준 유형의 사람인 것 같아 조금 허탈해졌지만요. 중력을 0.2초간 거스른다는 상상만으로도 조금 더 지구를(삶을) 잘 견디는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올해 이루지 못하면, 장기 계획으로 돌릴 생각입니다. 노력하는 게 어렵다면, 완성 시기를 조금 뒤로 미루는 꼼수를 쓰면 됩니다.
곧 명절입니다. 또다시 새해가 다가오고 있다는 의미이죠. 독자님도 새해 계획이 있으신가요? 명절 연휴가 3일로 정해진 것은 혹시 ‘작심삼일’ 때문이 아닐까요. 계획을 세우고 실패하는 데까지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겨울밤은 길고, 명절 특선 영화는 의외로 지루하답니다. 다른 사람의 계획을 도와주셔도 좋습니다. 옆 돌기를 잘하는 분은 팁을 알려주세요.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