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명절 연휴 잘 쉬셨나요? 오랜만에 안부 여쭙니다. <시사IN> 장일호입니다.
기자는 보통 독자를 ‘악플’로 만납니다. 기자로 일한 지 18년 차가 된 지금은 웬만한 악담에는 눈 하나 꿈쩍하지 않습니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성공으로 ‘보급형 거장’이 된 장항준 감독이 어느 인터뷰에서 한 말마따나 “악플 가끔 생각나도··· 그냥 혼잣말로 한 번 ****들”이라고 말하고 치웁니다. 물론 안절부절못하거나 무서워하거나 낙담하던 때도 있었죠. 비난을 받으면 거기에만 매몰되기 쉽잖아요. 저 역시 비난보다 많은 사랑과 지지가 나를 부축하고 있다는 걸 자주 잊곤 했습니다. 연차가 쌓이고 나이 들면서 좋은 점 중 하나는 이런 것들 같아요. 저는 이제 저에게만 골몰하지 않습니다. 누군가에게 상처 주기 위해 나쁜 말을 고민하고 고르고 직접 쓴 사람을 연민하곤 합니다. ‘악플’을 제일 먼저 보는 사람이 누굴까요? 쓰는 사람입니다. 나쁜 말에 가장 많이 상처받는 사람 역시, 아마도 그 사람일 겁니다.
<시사IN>에는 ‘찾아가는 독자위원회’(찾독위)가 있습니다. 2024년 8월 시작됐어요. 이런저런 방법으로 유연하게 운영하고 있습니다만 원칙은 하나입니다. ‘독자가 있는 곳으로 기자가 간다.’ 언론사마다 다양한 형식으로 독자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지만 <시사IN>처럼 운영하는 곳은 제가 알기로 없어요. <시사IN>에도 기존 독자위원회가 있었는데, 편집국에서 모이다 보니 접근성이 좋은 서울·수도권 독자가 주로 참여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꼭 편집국에서 할 필요가 있을까 싶더라고요. 취재하러 ‘현장’에 가는 것처럼 독자가 있는 곳으로 기자가 가면 어떨까 싶었어요. 2024년 하반기부터 모임 방식을 각 지역 동네서점에 일임하고, 해당 모임에 기자를 보내는 방식으로 진행해왔습니다. 찾독위를 계기로 만들어진 모임이 지금껏 계속 이어질 때면 그보다 더 뿌듯할 수 없습니다. 모든 찾독위가 후속 모임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만, 딱 한 번 열리더라도 동네서점을 닮은 개성 있는 모임이 만들어지곤 해 무척 재밌습니다.
찾독위에 오시는 분들은 예쁘고 고운 말을 주로 들고 오지만, 담당자로서는 오셔서 화를 내는 것마저 반갑고 고맙습니다. 화를 내기 위해서 시간과 마음을 내어 ‘일부러’ 와주신 거잖아요.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 나누는 동안 오해는 자주 이해가 되곤 합니다. 취재하면서 들었던 고민과 감정들을 독자와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어 기자로서도 큰 도움이 됩니다. 현장에서는 기사 비평 외에도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갑니다. 초상권 허락 문제나 취재원 실명 여부부터 광고나 재정 상태에 대한 걱정까지 이야기하다 보면 두세 시간이 훌쩍 지나 있곤 합니다.
사실 뉴스를 읽는 일이 그다지 행복한 경험은 아니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민주주의’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이 저는 뉴스를 읽는다고 생각해요. 님도 그런 분 중 한 분이기에 지금 이 뉴스레터를 읽고 계시는 거겠죠. 무엇보다 저 개인적으로는 구체적인 얼굴과 이름을 아는 독자가 있다는 것이 <시사IN>을 비롯해 언론을 둘러싼 각종 흉흉한 소문과 악담을 버티게 해주는 큰 힘이 됩니다. <에디토리얼 라이팅>(스리체어스, 2025) 저자 이연대씨의 말은 <시사IN>이 찾독위를 운영하는 이유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저는 얼굴 없는 다수의 경향을 가리키는 추상의 독자보다 얼굴과 이름을 알고 있는 구상의 독자에 천착합니다. (중략) 저는 제가 아는 독자를 떠올리며 기사를 만듭니다. 김호진씨는 이 주제를 좋아할까, 이다혜씨는 이 단락을 궁금해할까 생각하는 겁니다. 데이터로 존재하는 30대 초반 독자는 분석의 대상이지만, 얼굴과 이름을 아는 독자는 공감의 대상입니다.”
2026년 찾독위도 곧 시작됩니다(<시사IN> SNS 잘 살펴주세요!). 올해도 전국 곳곳에서 독자님들을 만나뵙기를, 무엇보다 님과도 인사 나눌 기회가 있기를 기대합니다. 올해 첫 찾독위 모임에서는 2025년 4월부터 11개월간 윤석열 내란우두머리 재판을 취재해온 사회팀과 스튜디오 벨크로가 설 연휴를 고스란히 반납해 만든 인터랙티브 페이지 ‘내란우두머리 윤석열의 10가지 거짓말’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눌 수 있으면 기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