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독자님, <시사IN> 김연희 기자입니다.
그동안은 편집소통팀 소속으로 인사를 드렸는데, 올해 1월 인사이동으로 정치이슈팀에 오게 되었습니다. 팀을 옮기고 한 달 반 동안 가장 많이 한 말은 “정신없다···”인 것 같습니다.
마감에 죽고 사는 직업이어서인지 <시사IN>에는 마감을 둘러싼 몇 가지 속설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빨리 마감해도 소용없다”라는 것입니다. 마감을 빨리하면 무슨 일이 터지거나 상황이 급변해 결국 기사를 다시 쓰거나 크게 고쳐야 하는 일이 생긴다는 거지요. ‘마감은 목요일이 아닙니다. 수요일입니다!’라는 편집국장의 구호가 곳곳에 붙어 있는 편집국 공식 기조에 비추어보자면 무척 불온한, 정론으로는 결코 채택될 수 없는 속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끔은 얄궂게도 ‘조기 마감 무용론’이 맞아떨어질 때가 있습니다. 바로 이번 주 제가 그랬습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대구·경북행정통합특별법을 대표 발의한 임미애 의원 인터뷰였는데요, 2월 임시국회 안에는 법안이 통과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던 터라, 법 통과를 전제하고 초고를 일찌감치 써두었습니다. 하지만 여야 대치 끝에 법안은 2월 임시국회가 끝나는 3월3일까지 본회의에 올라가지 못했고, 3월 열리는 다음 임시국회로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기사 역시 대폭 수정을 해야 했지요. 이르게 초고를 써둔 노고는 빛바랜 채로 남게 되었고요. (조기 마감을 무용하게 만든) ‘행정통합특별법’을 둘러싼 곡절은 인터뷰 기사에 담겼으니 한 번씩 읽어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분량상 기사에는 넣지 못했지만 인터뷰에서 무척 인상적이었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인구 소멸 지역에서 산불이 났을 때 벌어지는 일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임미애 의원이 1992년부터 농사를 짓고 소를 키우며 살아온 경북 의성은 지난해 3월 산불로 큰 피해를 입은 지역입니다. 실제로 임 의원네 마을 뒷산까지 불이 옮겨붙었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산불이 나면 젊은 사람이건 나이 많은 사람이건 다 모여서 불을 껐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경험한 산불은 달랐다고 합니다. 불을 끄는 게 아니라 노인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는 데 모든 자원이 동원되었다는 것이죠.
처음 듣는 얘기라 놀란 기색을 보이자 임 의원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장 산불이 번지는데 시골 요양병원, 요양원에 계신 어르신들을 누가 옮길 것 같나. 공무원 아니면 그 지역에서 그나마 내 발로 걸어다닐 수 있는 사람은 다 거기에 붙어야 한다.”
임미애 의원 본인도 윤석열 탄핵 촉구를 위해 서울 광화문에서 동조 단식을 하다 불을 끄러 급히 의성으로 향했다고 합니다. “내가 그때 불 끄고 나서 그랬다. ‘저 뒷산 태양광발전소 주인은 우리가 저 시설을 살리기 위해 이틀 꼬박 불을 끈 걸 알까?’ 모르겠지. (도시 사람인데) 알 리가 있나.” 인터뷰 당시에는 어딘가 익살스러운 말투에 웃음을 터트렸지만 곱씹을수록 씁쓸한 얘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지방 소멸’ ‘초고령화’ ‘인구 절벽’ 등은 지역의 위기와 관련된 기사를 쓰면서 빈번하게 사용한 표현들이지만, 정작 그것의 진짜 모습은 알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게 저뿐만은 아닐 거라는 생각도요.
고개를 드니 다시 봄이네요. 정확히 보고 정확히 알리는 기자의 본분을 되새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