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독자님. <시사IN> 차형석 기자입니다.
오랜만에 독자 여러분께 뉴스레터로 인사를 드립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는지요.
최근 <시사IN> 창간호를 다시 펼쳐봤습니다. 발행일이 ‘2007년 9월29일·10월2일’로 찍혀 있더군요. 직원들의 이름이 적힌 마스트헤드 면을 살펴보니, 창간 당시 근무했던 사람은 저를 포함해 10명이 남아 있네요. 그때 저는 ‘꼬래비’ 기자였는데, 어느덧 ‘선임 기자’가 되었습니다. 19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창간호를 찾아본 건 ‘창간 20주년 T/F’를 준비하라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아직 정식으로 팀이 꾸려진 것은 아니지만, ‘취재팀 꼬래비 기자’로서 지난 역사를 잘 알고 있으니 2027년 창간 20주년에 무엇을 하면 좋을지 먼저 궁리해보라는 뜻이었습니다. 그렇게 T/F에 가장 먼저 이름을 올리게 됐습니다.
<시사IN>에 신입 기자가 들어오면 교육과정에 ‘창간 역사’가 포함됩니다. 이야기는 전 직장에서 있었던 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사장의 지시로 삼성그룹 관련 기사가 인쇄소에서 빠졌고, 다음 날 기사 삭제 사실을 알게 된 편집국 기자와 직원들이 항의에 나섰습니다. 회사 안에서 6개월, 파업으로 회사 밖에서 6개월을 싸웠습니다. 1년여의 싸움 끝에 기자와 직원들이 사표를 내고 만든 새 매체가 바로 <시사IN>입니다. 젊은 독자 중에는 이 이야기를 처음 듣는 분도 계실 겁니다.
새 매체를 만든다고 했을 때, ‘저 매체가 3년을 가면 손에 장을 지지겠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그런 말을 한 사람들은 1년여 동안의 싸움이 못마땅했을지도 모르지만, 창간을 준비하던 기자와 직원들 역시 ‘과연 3년을 버틸 수 있을까’ 하는 불안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미래가 밝아 보여서 뛰어든 일이 아니라,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적어도 저는 그랬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매체가 이제 창간 20주년을 앞두고 있으니, 스스로도 마음이 뭉클합니다. ‘그래도 잘 버텨왔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창간을 준비하던 시절, 우리는 많은 회의를 했습니다. 독자들의 참여와 성원으로 탄생한 매체인 만큼 기존 언론과는 달라야 한다는 데 구성원들의 의견이 모였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긴 것은 편집권 독립이었습니다. 편집국장을 구성원의 직선으로 선출하고, 직원 대표가 이사회에 참여하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19년 동안 몇 차례 조정이 있었지만 ‘편집국 독립’이라는 원칙만은 지켜왔다고 자부합니다. 지금은 퇴사해 여행 감독으로 활동 중인 고재열 전 기자의 말처럼, “몰라서 못 쓴 기사는 있어도, 알았는데 내외부 압력 때문에 못 쓴 기사는 없었다”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기사와 광고를 맞바꾸는 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적어도 지난 19년 동안 <시사IN>에서 편집권 독립은 공기와도 같은 존재였습니다.
최근 메모장에 ‘20주년’ 폴더를 하나 만들었습니다. 함께 고민할 사람들의 이름을 적어두고, 내년에 무엇을 하면 좋을지 ‘제 마음대로’ 아이디어를 적어 내려가고 있습니다. 2027년 9·10월에 행사를 집중할지, 연초부터 10월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나눠 진행할지 고심 중입니다. 독자 초청 행사는 꼭 해보고 싶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시다면 제 메일(cha@sisain.co.kr)로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얼마 전 아서 그레그 설즈버거 <뉴욕타임스> 회장이 다른 매체의 유료 구독을 독려하는 광고를 냈다는 소식이 화제가 됐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최근 몇 년간 우리의 직업이 위축되는 모습을 우려하며 지켜봐왔다. 특히 훌륭한 지역 신문들은 여러분의 지원이 절실하다. 다른 전국지도 좋다. 우리 매체를 지원한다면 우리는 그 돈으로 기자들을 현장에 보내서 인공지능으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사실과 맥락을 찾아낼 것이다. 실제 기자들이 직접 사실에 기반한 보도를 하는 진정한 뉴스 기관을 구독해주기를 바란다. 이미 구독을 하고 있다면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그의 말에서 진심이 느껴졌습니다. 관련 기사를 읽으며 창간 전부터 우리를 응원해주셨던 독자들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기자회견장이나 단식 농성 현장에 자주 찾아온 분들입니다. 꾸준히 구독을 이어온 독자 여러분 덕분에 <시사IN>이 19년을 걸어올 수 있었습니다. 스무 살이 되는 2027년에는 그 고마움을 담아 산뜻한 잔치를 벌여야겠습니다. 그 자리에 앞서, 먼저 인사를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추신 : 그러고 보니 올해 11월이면 <시사IN> 제1000호가 발행됩니다. 1000호라니요. 이것 역시 독자 여러분 덕분입니다. ‘달력만 보는 사람’의 조금 이른 설레발일지 모르지만, 그래도 미리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