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안녕하세요? 편집소통팀 김완숙입니다.
지난번 편지에선 폭염을 걱정했는데, 해가 바뀌어 어느새 봄이 왔네요. 그간 잘 지내셨는지요?
저에겐 언니가 둘 있는데요, 서른 살 훌쩍 넘은 여자 조카 둘이 나란히 2년 전 결혼을 해서 지난해 여름과 올겨울에 아기를 낳았습니다. 이모할머니가 되어보니 아기들이 어찌나 조그맣고 예쁘던지요. 한창 사춘기라 돌도 씹어먹을 듯 혈기 왕성한 형제를 키우다가 거의 20년 만에 손가락 발가락 꼼지락거리는 갓난아기들을 보니 옛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언니들은 할머니로서 책임감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두 조카 모두 맞벌이여서 엄마 찬스를 쓰는 게 당연하다고 여깁니다. 한 조카는 친정 근처로 이사를 왔고, 한 조카는 육아휴직이 끝나 복직하면 친정집에 들어와 살겠다고 해서 언니를 기함시키기도 했습니다. 부모의 도움이 없이는 맞벌이를 하기 힘듭니다. 아직 돌도 되지 않은 아기를 어린이집에 맡겨놓고 일을 나가는 엄마의 심정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도 양가 부모님의 도움 없이 어린이집과 초등학교 돌봄교실을 전전하며 두 아이를 키운 터라 조카들의 모습이 제 과거와 같습니다. 한편 손자 손녀는 예쁘지만 몸이 고되고 아프고 우울한 황혼 육아의 굴레에 빠져 허우적대는 언니들을 보면 안타깝기도 합니다.
2026년 대한민국의 합계출산율은 0.8명대로 바닥을 찍고 다소 반등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지연되었던 결혼이 2024~2025년에 집중되면서 첫째 아이 출생아 수가 늘어난 측면이 있고, 1990년대 초중반에 태어난 세대(약 70만명)가 주거 및 결혼 연령대인 30대에 본격 진입하면서 출생률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하지만 여전히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는 대한민국이 현재 인구를 유지하기 위해선 합계출산율이 2.1명은 되어야 한답니다.
아이 한 명을 낳아서 대학 졸업할 때까지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이 평균 3억5000만원에서 4억원 정도라고 합니다(2026년 법원 양육비 산정기준표에 따라 22년을 단순 계산한 금액). 가계의 소득수준·교육관·지역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으나, 이 금액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사교육비와 대학 등록금(기숙사·원룸 비용)입니다. 저 역시 사교육비가 천정부지로 들어가는 구간을 지나고 있는 터라 한숨이 나오네요.
멋모르고 아이를 둘이나 낳아 키우면서 직장을 다니고 있고, 정신없이 육아의 시간이 흐르고 보니 새삼스레 의문이 듭니다. 나는 왜 애를 낳았나?
그래서 인공지능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아이를 낳아야 하는 이유는 정답이 정해진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가치관과 삶의 우선순위에 따라 답이 달라지는 아주 깊고 철학적인 문제다.” “개인적 가치(사랑·성장), 사회적 압력(가족·세대), 경제·정책적 요인(비출생·저출생) 등 다양한 관점이 제시되지만, 정답은 개인의 삶의 방향과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등등으로 답하네요.
과연 그런 것 같습니다. 비혼이든, 결혼을 하든, 아이를 낳든, 낳지 않기로 결심하든 그것은 개인의 자유이자 선택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3포 세대. 어느 것 하나 녹록지 않은 2026년의 대한민국을 살아가고 있는 제 조카 세대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아등바등 아이를 맡기고, 학교에 보내고, 헐레벌떡 직장에 출근한 젊은 엄마 아빠들을 응원합니다.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젊은이들에게도 응원을 건넵니다.
이제 곧 사방에 흐드러지게 필 봄꽃들을 마음껏 감상하시길 바라며, 님의 행복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