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안녕하세요. 장일호입니다. 요즘엔 누군가를 만났다가 헤어질 땐 이런 인사를 다짐처럼 덧붙이곤 해요. “언제 어디서 갑자기 만나도 부끄럽지 않도록 저는 잘 지내고 있을 테니, 당신도 그러기를 바란다”라고요. 나이가 든다는 건 관계에 작용하는 여러 우연과 멀어짐을 이해하는(어쩌면 체념하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그것이 나쁘지 않아요. “다시 만나요”라는 애틋한 인사와 포옹에는 그 말에 담긴 어려움까지 포함되어 있는 건 아닐까요. 내가 마주한 사람과의 시간이 ‘두 번’은 없을 수도 있다는 감각이, 제게는 그때의 최선을 다하도록 만듭니다. 그래서 이렇게 또 안부를 여쭐 수 있는 시간이 기쁩니다.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시사IN> 지면 기준으로 5쪽에 실리는 고정 코너 ‘독자와의 대화’는 편집소통팀에서 저와 이상원 팀장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드물게 이메일(editor@sisain.co.kr)로 먼저 인터뷰를 요청해오시는 분들도 있습니다만(정말 고맙습니다), 대개는 섭외에 실패하곤 해요. 따로 통계를 내어보진 않았지만 인터뷰 요청을 거절하는 가장 많은 이유는 “<시사IN>을 꼼꼼히 읽고 있지는 않아서···” 입니다. “그런 독자의 이야기가 더 궁금해요!”라고 덧붙여보지만, 마음을 돌리는 데 자주 실패합니다. 기자 일은 수많은 거절을 견디는 일이기도 한데요. 그렇다고 해도 거절은 좀체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거절을 잘 못하는 사람이 되었어요. 제가 무언가를 거절한다면 정말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의미입니다.
인터뷰이 선정은 주로 퀴즈 응모자분들이나 SNS 등에 올려주신 <시사IN> 후기를 보고 연락을 드리고 있습니다. 출근길과 퇴근길에 ‘시사인’ 또는 ‘시사IN’을 검색어로 넣고 살펴보는 일은 저의 즐거움 중 하나이고요. 새로운 리뷰를 발견할 때면 (자주 없는 일이기 때문에) 꽤 호들갑을 떨며 읽어요. 하트를 누르거나 동료들에게 링크를 전달하기도 하면서요. 애호하는 마음도, 불호하는 목소리도 모두 소중합니다. 변진경 전 편집국장의 마지막 ‘편집국장의 편지’ 님도 읽으셨나요? “이것은 과연 지속 가능한, 아니 ‘쓸모 있는’ 일일까?”라는 변 전 국장의 질문은 저의 질문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독자와의 대화’ 인터뷰를 하다 보면 여지없이 그 질문에 대한 응답을 받는 기분이 되곤 해요. 이번 주에는 인터뷰 중에 저도 모르게 푹, 눈물이 쏟아졌는데요. 송정원 독자가 “<시사IN>은 쓸모 있다”라는 말을 굉장히 단호하게, 확신에 찬 목소리로 제게 건넸기 때문입니다.
몇 주 전 인터뷰했던 한시영 독자는 가장 좋아하는 연재 지면을 묻자 ‘독자와의 대화’ 코너를 꼽기도 했습니다. “이 코너 진짜 재밌어요. 어떤 사람들이 나랑 같이 <시사IN>을 읽는지 확인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아요”라면서요. 조용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연령대도 사는 곳도 다양한 ‘동료 독자’의 존재에 힘을 얻을 때가 많다는 그의 말을 듣는 동안 저는 수화기 너머에서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답니다. 저 역시 그런 사람 중 한 명이니까요. 저는 <시사IN>을 만드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시사IN>이 여러분의 손에 닿기 전에 가장 먼저 읽는 독자이기도 합니다. 매주 72쪽짜리 책을 뚝딱 만들어내는 동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은 17년 차가 된 지금도 저에게는 ‘경이로움’입니다.
언젠가 님께도 ‘독자와의 대화’ 인터뷰를 요청드릴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30분에서 1시간 정도 <시사IN>을 주제로 수다를 나눠주시길 바라요. 혹시나 마음이 동하신다면 이메일로 먼저 말 걸어주셔도 기쁠 것 같습니다.
이 뉴스레터가 발송되는 시간이면 저는 올림픽체조경기장에 있겠네요(저 같은 케이팝 고인물들은 KSPO돔을 바뀐 이름으로 부르지 않는답니다). 시간예술이기도 한 공연은 같은 무대란 하나도 없기 때문에, 이번 주말 저는 샤이니의 여덟 번째 단독 콘서트 토요일과 일요일 공연을 모두 볼 예정입니다. 6월1일 발매되는 미니앨범 <애트모스(Atmos)>도 많이 들어주시길 부탁드려요. 샤이니를, 샤이니 멤버인 온유를 좋아한 시간이 어느덧 14년입니다. 저의 재능 중 하나는 오래 사랑하는 능력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사IN>도 샤이니도 저는 포기하고 싶지 않아요. 저는 이 사랑에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더 오래 사랑할 수 있도록 잘 지키고 싶어요. 님과 함께요.
새로 맞이할 6월도 다정한 사랑으로 물들기를 바랍니다. 그럼 또 인사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