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독자님, 사회팀 이은기입니다.
편지를 쓰고 있는 지금은 6·3 지방선거 다음 날인 6월4일입니다. 다들 어떤 마음으로 개표 결과를 지켜보셨는지 궁금합니다. 어떻게 유권자 표심을 해석해야 할지는 이번 호(제978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저는 그보다 좀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이번 선거에 차기 대권주자를 비롯해 여러 후보가 나섰지만, 저는 경북의 한 시의원 후보에게 유달리 눈길이 갔습니다. 우선 구면이기 때문인데요. 그를 처음 본 건 (기억이 정확하다면) 제가 대학교 2학년이던 2016년입니다. 어느 날 밀짚모자를 쓴 사람이 자전거를 타고 단과대 건물 주변을 돌며 선거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그가 탄 자전거 한쪽에 ‘녹색당’이라는 깃발이 달려 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녹색당? 생소한 정당이었습니다. 다만 그즈음 밀짚모자와 자전거가 제 지근거리에서 자주 출몰(?)했습니다(개인적으로는 잘 모르는 사이입니다). 그 덕분에 ‘생태적 지혜, 사회정의, 직접·참여·풀뿌리 민주주의, 비폭력 평화, 지속가능성, 다양성 옹호, 지구적 행동과 국제연대(녹색당 강령)’를 말하는 정당이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로부터 10년 뒤인 2026년 그는 창당 14년 만에 처음으로 ‘녹색당 후보’로 당선됐습니다. 그것도 보수의 텃밭으로 평가받는 경북 안동시에서 말이죠. 허승규 안동시의원 당선자 이야기입니다. 허 당선자는 2018년(16.54% 득표), 2022년(18% 득표)에 이어 3수 끝에 6·3 지방선거 안동 마 선거구에서 36.86%를 득표, 1위로 뽑히는 성과를 이뤘습니다.
당선까지 세 번의 선거, 허승규 당선자가 보낸 8년이란 시간이 아득하게 느껴졌습니다. 최근 읽은 전직 청년 정치인의 인터뷰도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는 작은 정당에서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인물입니다. 임기 도중 정당을 바꿔 다시 국회의원 선거에 도전한 뒤 중도 포기한 이력이 있습니다. 그는 “군소정당에 있다 보니 모든 정치 행위가 메시지 던지기에 그쳤다” “더 커질 방법을 늘 생각하다, 의원직 후반에 비슷한 생각 하는 사람이 모인 곳으로 갔다. 막상 부딪혀보니 돈이 장벽이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작은 당은 떠나고, 안 될 선거는 포기하는 그의 방식이, 어쩌면 효율적이고 당연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이 내내 찜찜했습니다.
허승규 당선자는 낙선 뒤 8년간 지역 주민자치회·지역사회보장협의체·자율방범대 등에서 활동하며 지역 곳곳을 누볐다고 합니다. 지난해 봄 경북 북부 지역에서 초대형 산불이 난 뒤에는 피해 주민 대책위원회에서 주민들을 만났고, 특히 법의 사각지대를 찾아다니며 목소리를 냈다고도 합니다. 8년간 발품을 팔아 모은 유권자 전화번호가 3000여 개에 달하는데, 그 숫자가 지역 유권자 3분의 1에 가까운 숫자라고 들었습니다. 창당 이후 한 번도 선출직 당선자를 배출한 적 없는 작은 정당의 이름표를 떼어버리지 않고, 유권자 곁을 계속 두드리는 정치인도 있구나 싶었습니다.
유튜브 채널 ‘씨리얼’ 영상을 보면 그가 어떻게 지역 주민들에게 파고들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문중 정치가 발달”된, 그러니까 “썽(姓)을 많이 따지는” 동네에서 안동 김씨도 안동 권씨도 아닌 그는 “가락종친회 청장년회 부회장”임을 적극 내세웠습니다.
기존 동네의 문화를 존중하면서, 유권자들과 관계를 맺어나갔다는 설명이었는데요. “처음에 선거운동 하니까 가락종친회 분들이 나한테 찾아와서 우리 가족이 나왔는데, 왜 연락을 안 했냐(고 하더라). 김해 김씨와 허씨, 인천 이씨를 묶어서 가락종친회라고 한다. 가야를 만든 김해 김씨 김수로왕의 부인인 허황옥 왕비가 허씨다. 자식이 10명인데 2명을 허씨 성을 줬다. 나는 그분들(가락종친회)이 봤을 때, 허승규이지만 김승규인 거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성평등한 종친회, 모성의 역사까지 기억해주는 종친회 분들이 녹색당원보다 선거운동을 더 열심히 해줬다(웃음).”
이런 이야기도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녹색 정치에 담긴 것을 주민들의 언어로 풀어내는 게 정치라고 생각한다. 어르신들한테는 공공교통 이동 이야기를 많이 한다. 어르신들이 실제 삶에서 겪는 문제로 많이 다가가고, 그러한 다가감이 당사자가 녹색 정치인이냐 아니냐를 인지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실천으로써 증명해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유권자들이 나를 몰라본다고 원망(?)하지 않고, 주민들의 일상에서 그들의 언어로 녹색 정치를 풀어내면서 실천으로써 증명해내겠다는 다짐.
물론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건과 자원의 부족으로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3수 끝에 선출된 허승규 당선자가 열심히, 잘 일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당선 뒤 “주민들과 약속한 공약 실천에 힘쓰면서도, 공약의 부족한 점도 계속 채워나가겠다. 주민들과 함께 다양성이 살아 숨 쉬며, 지속가능한 녹색 도시 안동을 열겠다” “기후위기 시대, 녹색당 안동시의원 당선을 시작으로 한국의 녹색 정치가 다시 일어서길 바라며 지방의원으로서 역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그가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면 좋겠습니다.
여기까지는 저의 이야기였습니다. 여러분의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어떤 후보나 정당, 공약에 주목하셨나요? 지역 곳곳의 이야기들을 듣고 싶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날이 더워지는데 건강 유의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