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독자님.
오늘은 소소한 일상 이야기와 제가 좋아하는 노래 한 곡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요즘 제가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나 요즘 멀티(태스킹)가 잘 안 돼”라는 말입니다. 다들 그렇겠지만, 우리에게는 늘 처리해야 할 일이 쌓여 있지요. 이 일을 끝내면 곧바로 저 일을 해결해야 하고, 잊지 않으려 메모지에 적어둔 일들을 하나씩 지워나가야 합니다.
사실 저는 이런 멀티태스킹을 비교적 능숙하게 해내는 편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회사 업무와 개인 용무가 몇 가지 겹치다 보니, 문득 정신이 없고 집중력이 떨어졌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이럴 때는 이런 마음가짐을 갖습니다. ‘생활을 최대한 단순하게 만들고, 일상의 루틴을 되찾아 하나씩 해결해가자’ 하고 말이죠.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어느 시점에는 결국 다 끝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가지면서요.
요즘 저의 아침 루틴은 ‘고양이의 방문’으로 시작합니다. 몇 년 전 저희 집에 온 고양이 ‘래키’는 언제부터인가 제가 잠에서 깨어나면 발치에 와서 앉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고양이 꼬리 끝부분을 손바닥으로 탁탁 두들겨준 적이 있는데, 그게 좋았는지 이제는 제 기상 시간에 맞춰 의자에 누워 대기하곤 합니다. 다만 침대에서 내려올 때는 조금 조심해야 합니다. 래키가 그 또한 루틴처럼 제 오른손을 향해 덤벼들거든요. 요리조리 피해야 하는, 아침 ‘궁디팡팡’ 루틴입니다.
잠을 깨고 나면 (무려) 신문을 읽습니다. 그것도 대여섯 개 매체를. 어떤 기사가 실렸나 하는 궁금증 반, 그리고 취재 아이템을 얻기 위한 업무 반의 마음으로 살펴봅니다.
신문을 보면서 음악을 듣습니다. 내가 정말 ‘듣고 싶은 음악’을 골라서 듣습니다. 알고리즘에 이끌려 습관적으로 유튜브 영상을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시간을 허투루 보낸 것 같아 끝에 께름칙한 기분이 남더라고요. 그래서 아침만큼은 내가 듣고 싶은 음악을 들으려고 합니다.
오늘 아침에는 정태춘·박은옥의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라는 노래를 들었습니다. 2002년에 발매된 노래인데, 혹시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면 꼭 한번 들어보시기를 권합니다. 가사가 한 편의 아름다운 시 같습니다.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
버스 정류장에 서 있으마
막차는 생각보다 일찍 오니
눈물 같은 빗줄기가 어깨 위에
모든 걸 잃은 나의 발길 위에
사이렌 소리로 구급차 달려가고
비에 젖은 전단들이
차도에 한 번 더 나부낀다
막차는 질주하듯 멀리서 달려오고
너는 아직 내 젖은 시야에 안 보이고
무너져, 나 오늘 여기 무너지더라도
비참한 내 운명에 무릎 꿇더라도
너 어느 어둔 길모퉁이 돌아 나오려나
졸린 승객들도 모두 막차로 떠나고
그해 이후
내게 봄은 오래 오지 않고
긴긴 어둠 속에서 나 깊이 잠들었고
가끔씩 꿈으로 그 정류장을 배회하고
너의 체온 그 냄새까지
모두 기억하고
다시 올 봄의
화사한 첫차를 기다리며
오랫동안 내 영혼
비에 젖어 뒤척였고
뒤척여, 내가 오늘 다시 눈을 뜨면
너는 햇살 가득한 그 봄날 언덕길로
십자가 높은 성당 큰 종소리에
거기 계단 위를
하나씩 오르고 있겠니
버스 정류장에 서 있으마
첫차는 마음보다 일찍 오니
어둠 걷혀 깨는
새벽길 모퉁이를 돌아
내가 다시 그 정류장으로 나가마
투명한 유리창
햇살 가득한 첫차를 타고
초록의 그 봄날 언덕길로 가마
투명한 유리창
햇살 가득한 첫차를 타고
초록의 그 봄날 언덕길로 가마
초록의 그 봄날 언덕길로 가마
저는 오늘 이 노래와 함께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출근길 버스에서도 이어폰을 꽂고 이 곡을 다시 들었는데요. 음악에 몰입했던 탓일까요, 아뿔싸! 정신을 차려보니 내려야 할 정류장이 버스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고 있더군요. 역시 요즘, 멀티가 안 되네요.
다음 정류장에 내려 ‘초록의 그 봄날 언덕길로 걸어가는’ 마음으로 걸었습니다.
독자님의 오늘 하루도, 이 노래 가사처럼 ‘초록의 그 봄날 언덕길’ 같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