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님, 안녕하세요. <시사IN> 전혜원입니다.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덥고 습한 날씨에 건강하신지요?
요즘 제 마음을 흔드는 단어가 있다면 ‘포모(FOMO)’입니다. Fear Of Missing Out, 나만 뒤처질까봐, 좋은 기회를 놓칠까 봐 두려워하는 것을 뜻합니다. 저로 말하자면 남들 다 하는 주식투자도 안 해봤고, 내년에 한국 나이로 마흔인데 월세를 내며 삽니다. 그런데 정신을 차려보니 주변의 적지 않은 사람들이 주식으로 돈을 벌고, 빚을 내어 집도 사더라고요. 물론 어떤 것은 영원히 언감생심이겠지만, 그래도 ‘그때 그랬어야 했나’라는 생각이 꼬리를 물다 보면 괜히 세상이 미워지고 나 자신도 미워지곤 합니다.
그렇게 심란하던 차에 집어든 책이 김애란 작가의 소설집 <안녕이라 그랬어>였는데요. 대학생 때 무척 좋아하던 <달려라, 아비> <침이 고인다>의 김애란이 나이 들어 돌아온 느낌이었습니다. 이를테면 이런 문장에 대책 없이 눈물이 핑 돌더군요.
“나이 드니 마음이 넓어지는 대신 얇아져서 쉽게 찢어지더라.”
“큰 교훈 없는 상실. 삶은 그런 것의 연속이라고.”
물론 이 소설집이 ‘나이 듦’만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집단으로 포모를 겪는 한국인들의 자화상이라고 할 만큼, 일상의 작은 순간에서 계급 차이를 예민하게 포착해 드러냅니다. 그러면서도 서로에게 ‘좋은 이웃’이기를 포기하지 말자고 말을 건넵니다. 작가는 얼마 전 <시사IN>과 한 인터뷰에서 ‘작가가 생각하는 좋은 이웃’을 묻는 질문에 이런 답을 내놓았습니다. “이기심이라고만 치부할 수 없는 생존 욕구와 공동체의 안녕을 동시에 도모하는 가운데 균형이 맞으면 제일 좋을 것 같다. 그게 어렵다면 두 개를 저울질하는 순간 내 쪽에 추를 조금 더 옮기려고 하다가도 손끝이 떨리는 사람, 거기가 좋은 이웃의 완성은 아니어도 출발이 되지 않을까.”
노동의 가치가 땅에 떨어진 시대입니다. 소설 속 표현대로 “얄궂게도 남의 욕망은 탐욕 같고 내 것만 욕구처럼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그래도 언제나 위악보다 위선이 낫다고 믿습니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고민하고, 타인의 고통을 상상하려 애쓰는 일이 아직은 의미 있고 중요하다고, 어쩌면 늦지 않았다고 소설은 말하는 듯합니다. 저처럼 포모에 시달리는 3040이 계시다면 이 소설집을 꼭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생각지도 못한 위로를 얻을 수 있을 거예요. 최근 독자님의 마음을 흔드는 단어는 무엇인지, 위로를 얻은 콘텐츠가 있는지도 궁금해지네요. 더운 여름 무탈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