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안녕하십니까.
종이책의 묵직함으로, 전자책의 편리함으로, 그리고 ‘뉴인(New In)’의 깊이 있는 디지털 텍스트로 늘 저희와 동행해주시는 독자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얼마 전, 저희는 독자 여러분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어떤 선물도 드리지 못했는데 4000여 명이나 꼼꼼하게 답변을 해주셨습니다. 이번 조사에서는 조금 특별한 시도를 해보았습니다. 설문 문항 설계부터 결과 분석까지 인공지능(AI)과 함께 진행했습니다. 내부 구성원의 익숙한 시선에서 벗어나, 철저히 객관적이고 외부적인 지표로 <시사IN>의 오늘과 내일을 진단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결과는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미처 생각하지 못한 날카로운 분석이 도출되기도 했고, 현실적으로 당장 적용하기 어려운 뼈아픈 진단도 있었습니다. 내일 당장 지면과 서비스에 반영할 수 있는 아이디어도 얻었습니다.
2022년에도 비슷한 설문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저 혼자 설문을 설계하고 분석하며, 표적집단면접(FGI)을 병행했지요. 그때의 결과와 지금의 데이터를 나란히 놓고 비교해보니, 독자들의 성향은 ‘일관되면서도 분산되어’ 있었습니다. 언뜻 모순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시사IN>이 지켜야 할 저널리즘의 본질에 대한 지지는 확고하면서도,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과 관심사는 훨씬 다채로워졌다는 뜻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요구는 아주 간명했습니다.
“다른 언론에서는 볼 수 없고 읽을 수 없는 <시사IN>만의 콘텐츠를 만들어달라.”
저를 비롯한 내부 구성원 모두가 뼈저리게 알고 있는 숙제입니다. 말은 쉽지만 달성하기 어려운 과제입니다. 저는 후배 기자들에게 늘 ‘차별화’를 강조합니다. “하늘 아래 완전히 새로운 기사는 없더라도, 주제가 겹친다면 접근하는 시각이나 방법론만이라도 완벽히 달라야 한다”라고요. 이번 설문을 통해 그 초심을 다시 한번 벼렸습니다.
2022년과 확연히 달라진 매체 환경도 뚜렷이 보였습니다.
유튜브 영향력이 크게 강화된 반면, 종이 잡지에 대한 고민도 깊어졌습니다. “매주 오는 잡지를 소화하기가 버겁다” “종이책이 쌓이는 것에 죄책감이 든다” 등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로 인해 구독을 끊거나 망설이는 독자가 적지 않았습니다.
종이 잡지의 하락세는 부인할 수 없는 흐름입니다. AI와 데이터는 저희에게 꽤 파격적인 제안도 건넸습니다. “뉴인(New In) 같은 디지털 지식 상품을 전면에 내세우고, 종이책은 소장 가치가 있는 ‘럭셔리 굿즈’처럼 포지셔닝하라”는 조언이었습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대목이었습니다.
확실한 것은, 독자들의 입맛이 훨씬 더 깊어지고 까다로워졌다는 점입니다. 이번 조사는 까다로워진, 그러나 그만큼 수준 높은 독자들의 눈높이를 정확히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 소중한 조사 결과는 편집국을 포함한 회사 내부에 투명하게 공유해 앞으로의 방향을 세우는 데 쓰겠습니다. <시사IN>은 독자 여러분께 한 걸음 더 다가가려는 노력을 결코 멈추지 않겠습니다.
님, 올가을이면 <시사IN>이 지령 1000호를 맞이합니다. 그리고 내년이면 어느덧 창간 20주년입니다.
이를 기념해 독자들과 함께할 다채로운 행사와 이벤트를 1년 내내 기획합니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말씀만은 꼭 드리고 싶습니다.
<시사IN>이 흔들림 없이 꿋꿋하게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오직 곁을 지켜주신 님 덕분입니다. 앞으로도 발전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독립언론 <시사IN>의 여정은 계속됩니다.
고맙습니다.
2026년 7월의 끄트머리에서, 고제규 미디어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