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씨 대구 달성군 자택 인근에는 카메라를 들고 라이브 방송을 하는 유튜버 10여 명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의 업적을 기리고 탄핵의 억울함을 설명하는 자원봉사자들도 있었습니다. 관람객 일부는 자택으로부터 불과 200m 떨어진 곳에 자리 잡은 또 하나의 명소도 찾았습니다. 강용석 소장과 김세의 대표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 대구지점 사무실입니다.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1999년부터 2021년까지 〈100분 토론〉 총 943회분 방송에 출연한 토론 패널 4194명을 분석했습니다. 나이, 성별, 직업 등을 분류하고 연도별 변화를 살펴 보았습니다. 어떤 이슈에 어떤 이들이 목소리를 냈는지 따져보고, 가장 얼굴을 많이 비춘 중복 출연자들을 추려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누가 발언권을 갖는지 알 수 있습니다.
김연희 기자와 이명익 사진기자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접근 자체가 어려웠던 요양시설에 들어갔습니다. 공공의료기관인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이 요양시설에서 확진된 어르신들을 ‘방문 진료’하는 프로그램을 4일 동안 따라다녔습니다.
아시다시피 지난 2월부터는 요양시설 입소 어르신들이 확진되더라도 병원이 아닌 해당 시설 내에 머물면서 인근 병원의 원격관리를 받게 되어 있습니다. 안성병원의 ‘방문 진료’는, 하루 두 차례 모니터링 전화를 넘어 요양시설의 확진 어르신들을 직접 찾아가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첫 시도입니다.
저는 임승관 안성병원 원장의 싸움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80대 이상 치사율이 20%에 달하던 시절, 경기도 코로나19 긴급대응단장이던 그는 요양원 집단감염의 참상을 목도합니다. 당시 그의 대안은 확진된 어르신들을 위한 중환자 병상을 늘리는 것이었지요. 그러나 새롭게 폭발한 집단감염 앞에서 ‘병상 늘리기’는 하나 마나 한 일이 되어버립니다. 이어서 임 원장은 요양시설을 감염으로부터 사전 보호하는 시스템을 구상하지만 이는 정책 당국의 관심을 끌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요양시설이 ‘코호트 격리’ 대상으로 지정되는 바람에 시설 내 병상 대기자들이 통계적으로 지워지는 현상이 그를 좌절시켰습니다.
임 원장은 정책 당국과 심지어 자신의 능력에 회의를 품으면서도 계속 싸웁니다. 그것이 바로 ‘방문 진료’입니다. 가시적 수치나 성과를 이후의 흔적으로 남기기 위한 싸움이 아닙니다. “숨이 차고 맥박이 희미해져도 의사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채, 링거 한번 꽂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하는 비극에 더는 익숙해지고 싶지 않고” “긴급대응단장일 때 노력했지만 안착시키지 못한 일을 안성에서라도 해보기” 위해서입니다. “속죄 의식”이기도 합니다.
K방역의 성공과 실패를 둘러싼 정치적 담론 투쟁이 이미 한창입니다.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한국 사회의 공식적 기억”을 자기 세력에 유리한 소재와 주장으로 채워 넣으려 합니다. ‘큰 이야기’들이 구성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김연희 기자는 이 르포에서 ‘작은 이야기’들을 씁니다. 국가 공동체를 엄습한 엄청난 재앙과의 싸움에서 성공하고 실패하고 기뻐하고 좌절하며, “대장님 내일은 어디로 가나요?”라고 물으면 “소망요양원에 가볼까요”라고 답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말입니다. 시인 김정환이 쓰고 가수 윤선애가 노래했듯이, 우리의 “생애는 흔적만이 남는 것이 아니며, 그것은” 오직 살아가는 순간순간의 “눈물 혹은 기쁨일 뿐”이기 때문일 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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