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의 새 편집국장이 된 차형석 기자입니다. 2022년 5월부터 2년 동안 편집국장으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온·오프라인 독자 여러분께 인사드립니다(꾸벅). <시사IN> 지면에 실리는 ‘편집국장의 편지’와 별개로, 마감 레터를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회사 이야기도 하고, 조금은 사적인 이야기도 하겠습니다. 지면의 글보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쓰겠습니다. 이따금, 마음에 드는 시도 한 편씩 소개하고요. 편한 마음으로 읽어주시길.
1. <시사IN>은 15년 전 창간 때부터 편집국 구성원들이 편집국장을 뽑습니다. 국장 후보자 청문회를 거쳐, 선거를 합니다. 제가 9대 편집국장이라고 하네요. 편집국장 선출 이후에 ‘축하한다’는 인사를 자주 받았습니다. 대학 졸업하고 공무원이 되길 바랐던 아버지는 제가 ‘출세’한 줄 아시고요(아버지, 별로 달라지는 거 없습니다. 하는 일이 더 늘어날 뿐입니다), 중학교 1학년인 아들은 대뜸 “월급이 많이 오르느냐?”고 묻습니다(아들아, 직책수당이 조금 오를까나, 월급도 그렇게 큰 차이가 없단다. 적축인가, 청축인가, 갈축인가 하는 그 비싼 키보드 사달라는 소리는 하지 말거라. 저번에 게임용 키보드는 하나 사지 않았니?). 후배 기자가 전해준 인사(?)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회사 선배인 이문재 시인에게 편집국장 선출 소식을 이야기했더니 이런 명언(?)을 남겼다고 합니다. “쌤통이다.”
2. 사전을 찾는 게 습관입니다. 어림잡아 뜻은 알겠는데, 구체적으로 단어 설명이 안 될 때도사전 검색을 합니다. 최근에는 ‘앙증맞다’ ‘추앙하다’를 검색해봤죠. ‘쌤통’도 검색해봤습니다.
쌤통: (명사) 남이 낭패 본 것을 고소해하는 뜻으로 이르는 말.
왜 고소해하는지는 금세 알겠습니다. 일단 회의가 많아지고, 저를 찾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업무나 전달사항 같은 걸 잘 안 까먹는 편이라고 자부하는데(^^;;), 깜빡 놓치는 경우가 생기더군요. 안 되겠다, ‘메모왕’이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시사IN> 최종 마감은 목요일인데, 화요일부터 원고가 밀려들기 시작하네요. 대략 계산해보니, 한 호에 200자 원고지 기준으로 530매가 들어갑니다. 편집하기 전의 원고를 한 번 보고, 편집한 후에 원고를 한 번 더 보니 한 주마다 읽는 분량이 1000매가 넘네요. 게다가 ‘결정’해야 할 것은 왜 이렇게 많은지… 독자님들, 저… ‘쌤통’ 당했어요.
3. 편집국장 후보 청문회에 앞서 자료를 정리하면서 맨 앞에 ‘결국, 독자’라고 적었습니다. 제가 축구 경기 보는 걸 좋아하는데요, 코로나19 초기에 EPL 등 여러 경기에서 ‘무관중 경기’를 했습니다. 관객이 없는 축구 경기. 참 어색한 풍경이었습니다. 경기의 흥미도 더 떨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독자 없는 언론도 마찬가지겠지요. ‘쌤통’ 당한 저, 독자님들만 믿고 가겠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4. 이번 주의 문장기사를 읽다가 마음이 움직일 때가 있습니다. 이번주 <시사IN> 제765호에서는 변진경 기자의 기사 ‘실버 취준생 분투기’의 나머지 조각을 찾아서라는 기사가 그랬습니다. 2021년 11월에 한 여성 노인에 대한 이야기가 SNS에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가 쓴 ‘실버 취준생 분투기’라는 글이 주목을 받았고, 많은 사람들이 작가를 찾았지요. 그런데 그 글이 SNS에서 회자될 때, 작가는 이미 세상을 떠난 상태였다네요. 그분의 유고집 두 권이 최근 출간되었습니다. 변진경 기자의 기사는 이렇게 끝납니다(독자 분들이 지면에서 이 기사를 만나길 기대합니다).
이순자 작가는 ‘실버 취준생 분투기’에 붙인 에필로그 말미에 이렇게 적었다. “기초수급자가 되어 작년부터 글에만 몰두할 수 있게 되었다. 감사한 일이다. 기초생활이 해결되었으니, 이제 쓰기만 하면 된다. 사방 벽 길이가 다른 원룸에서 다리미판 위에 노트북을 펼쳐놓고 글을 쓴다. 하나, 둘 작품을 완성하는 기쁨은 나를 설레게 한다. 이제 시작이다. 정진하리라, 죽는 날까지. 이른 결심을 축하받고 싶다.” 작가는 떠났지만 작가의 문학은 이제 시작이다.
5. 첫 마감은 5월5일 목요일입니다. 수·목 마감이 겹치면 어린이날에도 나와야 합니다. 오늘, 기자들 다 출근했습니다. ‘기자가 고생해야 독자들이 행복하다’는 회사 격언(^^)에 따라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첫 마감은, 금요일 오전 2시20분쯤에 끝났습니다. 지난주는 새벽 3시30분에 끝났는데…. 독자 여러분도, 한 주 마무리 잘 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