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베틀라나 씨는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의 한 아파트에 삽니다. 심장내과 전문의로 일하다 딸 베라를 낳고 출산휴가를 보내던 중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미쳐버리지’ 않기 위해 되도록 뉴스를 읽지 않으려 했지만 총탄과 폭격음까지 외면할 수는 없었습니다. 전쟁 열흘 만에 주민의 4분의 3이 떠난 아파트, 밤까지 이어지는 공습 속에서 그는 일기를 썼습니다. 〈시사IN〉이 그가 남긴 27일간의 일기를 공개합니다.
1.이 뉴스레터를 받으신 분들 중에는 정기구독자도 계시고, 간혹 서점에서 <시사IN>을 사보시거나, 혹은 한 주 뒤에 온라인으로 기사가 공개되면 읽는 온라인 독자분들이 계신 걸로 압니다. 이번 <시사IN> 제772호는 꼭 읽어봐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특별한 호라고 생각해서입니다.
6월 초에 임지영 기자가 ‘한 우크라이나 여성이 쓴 일기가 있다’고 했습니다. 사실 우크라이나에 전쟁이 터졌는데, 이를 제대로 다루지 못해 미안함과 부담감 같은 감정을 느끼던 차였습니다. ‘신변의 안전’ 문제 때문에 이 일기가 어떻게 <시사IN> 편집국에 오게 되었는지를 정확히 밝히기는 어렵지만, 일기의 존재를 알고서 호기심이 일었습니다. 번역 원고를 읽고서, 2차 세계대전 때의 <안네의 일기>를 떠올렸습니다.
유대인 안네 프랑크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이 나치에 점령된 후 가족과 함께 아버지 회사의 건물에 은신합니다. 부모로부터 받은 일기장을 ‘키티’라고 이름 짓고, ‘키티’에게 말하는 식으로 일기를 씁니다. 2년 넘게 숨어 지내다가 전쟁이 끝나기 몇 달 전에 발각되고 맙니다. 이번에 <시사IN>에 수록된 일기를 쓴 스베틀라나 씨는 친구 사샤에게 편지를 쓰듯 일기를 썼습니다. 전쟁으로 무너진 일상을 견디기 위해서겠지요. 전투기 소리만 나도 불안에 떱니다. 그 시간을 견디기 위해 일기를 쓴 듯합니다. <안네의 일기>에는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종이는 사람보다 인내심이 강하다.’ 스베틀라나 씨도 그 말에 공감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200자 원고지로 100장에 가까운 일기를 이번 호에 실었습니다. 이 일기를 옮긴 번역가 정소은씨는 “전쟁을 겪고 있는 이들은 나와 같은 작고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들의 고통과 두려움을 인지하고, 부디 크고 작은 반전의 목소리를 내주길 부탁드린다”라고 말합니다. 독자분들은 이 일기를 어떻게 읽으실지 궁금합니다.
2. 이 주의 문장 <시사IN>의 제일 마지막 장에는 ‘시사에세이’가 실립니다. 필자 여덟 분이 돌아가면서 씁니다. 이번 호 시사에세이 필자는 김중미 작가입니다. 소설 <괭이부리말 아이들> 등을 썼고, 인천에 있는 공부방 ‘기찻길옆작은학교’에서 상근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번 호가 ‘시사에세이’ 마지막 원고입니다. 김중미 작가가 약자의 목소리, 소수자의 관점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시사IN>에 대한 당부도 담겨 있습니다. 그동안 수고해주신 필자분들과 이 코너를 꼼꼼히 읽어주신 독자분들께 감사 인사 드립니다.
"며칠 전 사와다 도모히로의 <마이너리티 디자인>을 읽다가 ‘모든 약점은 이 사회의 가능성이다’라는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약점이, 약자가 이 사회의 가능성이라는 말은 진실이다. 우리 아이들과 함께하다 보면 안다. 그러나 그 진실이 실현이 되려면 목소리가 필요하다. 나는 <시사IN>이 그 목소리가 되어줄 거라고 믿는다. 그래서 절망이 아닌 희망을 선택할 수 있다."
3. 이번 호에 ‘경제가 어려운 당신에게’라는 3회 연재 중 첫 번째 기사가 실렸습니다. 경제 기사, 어렵다고 느끼는 분이 많습니다. 저도 어떨 때는 제목만 쓱 보고 맙니다. 그래서 필자인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에게 인플레이션에 대해 쉽게 설명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14개 질문을 추렸습니다. 그중에는 이런 질문도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이라는데 어떻게 해야 하죠? 이런 질문을 친척이 당신에게 한다면?” 인플레이션에 대한 3회 연재분을 읽고 나면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반응이 좋으면, 금리나 환율 같은 내용도 다루어볼까 합니다. 반.응.이.좋.으.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