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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의 피눈물로
저기 떠나가는 배
올해 상반기 기준, 전 세계에서 선박 수주량이 제일 많은 조선소 세 곳이 모두 한국 기업입니다. 당장 배 만들 사람이 필요한데 사람이 없습니다. 조선소 일은 난이도가 높고 노동강도가 세며 위험하기로 악명 높습니다. 최저임금으로 일을 시킬 수 있는 건 하청 노동자이기 때문입니다. 원·하청 구조는 한국 제조업이 직면한 중대한 과제입니다.
1.〈시사IN〉 마감은 목요일입니다. 제가 2001년부터 시사주간지에서 일을 했는데, 마감이 몇 번 바뀌었습니다. 처음 입사했을 때는 토요일(1차 마감), 월요일(2차 마감)이었습니다. 주중에 갑자기 사건·사고가 터지면 취재 아이템을 바꾸어서 월요일 마감을 하곤 했습니다. 그때는 토요일 마감 때문에 결혼식은 거의 돈만 보냈고, 월요일 마감이 걸리면 일요일에 나와서 기사를 썼습니다. 제 기억에, 그때 같이 일했던 한 선배는 6개월 내내 일요일에 출근했습니다. 일요일에 출근하면… 교통이 한가한 것만 좋죠, 뭐. 그러다가 금요일 마감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유는? 주 5일 근무제 시행 때문이었습니다. 우리 회사 말고 다른 회사들이 주 5일제 근무를 시행하면서, 잡지는 수·목에 도착하는데, 잡지 읽을 시간이 없다는 이유였죠. 게다가 그때는 잡지를 회사에서 받아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다른 회사의 주 5일제 시행 때문에, 저도 금요일에 마감하고 토요일에는 좀 쉴 수 있게 되었지요.
그러다가 지금은 목요일 마감인데, 그건 철도노동자들이 토요일에 쉬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금요일 오전까지는 철도 배송하는 곳에 도착해야 월요일에 배송을 시작해 어느 정도 지방까지 배달이 되기 때문입니다(배송이 늦어 죄송합니다). 목요일 밤 12시를 지나 새벽 1~4시 에 마감을 하면 인쇄소에서 책 제작을 해 금요일에 ‘우편집중국’인가, 이름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곳에 보냅니다.
목요일 마감이 어쩔 수 없기 때문에, 주간지 사람들은 무슨 일이든 주초에 생기기를 바랍니다.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가 법에 수요일로 정해져 있는 건 그나마 다행입니다. 만약 국회에서 선거일을 목요일이나 금요일로 바꾸려 한다면? 한국의 주간지 종사자들이 ‘총궐기’할 일입니다. 생각만 해도 아찔.
2.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나눈 텔레그램 창이 찍힌 게 7월26일 오후 4시20분께. 화요일 오후에 찍힌 게 그나마 다행이랄까요? 목요일 오후 4시20분께 찍혔다면, 관련 기사를 담기가 참 ‘애매모호답답어쩔 모드’가 됩니다.
다른 아이템을 취재하던 문상현 기자가 대통령실, 국민의힘, 전 윤석열 캠프 인사 등을 취재해 그 문자 속에 나오는 ‘강기훈’이라는 인물이 현재 대통령실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걸 취재해왔습니다. 7월27일 수요일 오후 6시36분에 온라인 기사로 내보냈습니다. 지하철에서 포털을 봤더니 그 기사가 메인에 올랐더군요(좀 지나서 여전히 떠 있나 확인해보니, 사라지기는 했습니다만). 문상현 기자, 수고했고요. 다른 국회의원 분들, 이렇게 사진 찍히실 일이 있으면… 주초에 부탁드립니다~.
3. 이 주의 문장 이번 호에 임지영 기자가 〈어떤 호소의 말들〉을 펴낸 최은숙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관을 만났습니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진정인을 만나는 일. 보통 1년에 100~200건의 사건을 종결 처리한다고 합니다. 얼마나 많은 사연이 있을까요. 기사를 읽고 저는 ‘좋.은.사.람.최.은.숙’이라고 일곱 음절을 떠올렸습니다. 그 기사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최은숙 조사관은 인터뷰 내내 펜을 쥐고 있었다. 카메라 앞에서도 마찬가지다. 조사 업무를 볼 때도 늘 지니고 있어서 익숙하다. 말하는 동안에는 눈시울이 몇 차례 붉어졌다. ‘수취인 사망’이란 단어만 듣고도 그랬다.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돼 생계가 막막해진 고물상 진정인이 끝내 자살한 대목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책을 쓰면서도 많이 울었다. 20여 년 묻어둔 감정이 한꺼번에 올라왔다. 그럼에도 계속 해보겠다고 그는 말한다. 일하면서 알게 된 내용을 상품화하는 과정이 부담스러웠지만 막상 책이 출간되니 인권위, 인권조사관이라는 직업에 대해 이해하게 됐다는 반응이 많았다. 어떤 독자는 ‘만나면 꼭 안아드리겠다’고 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장애차별조사과로 돌아가는 그의 얼굴이 다시 밝았다. 진정서 더미와 진정인들을 ‘안으러’ 가는 길이었다.
4. 지난번에 ‘혜화동 3인방’이 마감이 늦었다고 메일을 보냈더니, 어떤 분이 지인인 기자에게 “네가 혜화동이냐?”라고 물었다고요. 맞습니다, 맞고요. 그래도 그 기자는 ‘혜화동 3인방’ 중에서는 두 번째로 마감을 했다는 걸 말씀드립니다.
그리고 참고로 오늘도 저는 노래를 듣고 싶어서, 오후 6시 언저리에 동물원의 ‘혜화동’을 블루투스 스피커로 연결해 들었습니다. 이 노래, 좋은데… 사무실 동료들은 왜 웃는 거죠? 뭐, 웃으면 좋은 거죠! 독자분들도 주말에 많이 웃으세요!